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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남아있는 책, 재밌게 읽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사실, 요새 서점에는 책들이 하도 많아서, 어떤 것을 골라 읽는게 좋을지 참 망설여진다. 나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리스트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리스트의 책 제목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책소개 페이지와 연결되어 있다. 알라딘이 책값도 싸고 구색도 잘 갖춰져 있으니, 한번 이용해 보시길.... 잠깐! 운송비 생각하면 여러 권을 한꺼번에 주문하는 것이 유리하다.

  1. 종교철학개론, John. H. Hick (황필호 역편), 종로서적 1980.
    이 책 한권으로 나는 종교의 문제를 정리했다. 대학때 식당에 앉아 있자면, 왜들 그리 교회를 다니라고 해 대던지...... 덕분에 종교에 관한 내 생각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책 찾아 읽다가 이 책을 만났다.
     
  2.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요, R.P.Feynman (김희봉 역) 사이언스북스 2000
    박사학위과정 때 지도교수의 추천서인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파인만의 팬이다. '그렇지, 연구는 그 주제를 가지고 한 바탕 놀아보는 거지.........' 연구뿐만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니까, 어느 분야에서건 잘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그렇게 하고 있었다. 사업가도, 술집여자도 그리고 도둑놈 마저도...... 역시 우리는 아는만큼 그리고 생각하는 만큼만 느끼나 보다. 나는 이 책을 원서로 읽어서 이 번역서의 번역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생시절에 꼭 한번은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의 후편격인 What do you care what other people think? (이 책도 번역이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 추천할 만 한데, 파인만의 사랑과 그 인간적인 면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 (제목 : 인피니티) 도 만들어 졌다. Internet 영화관의 레파토리 중 하나지만, 영화에서는 책 만큼의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3. 이중나선, J. D. 왓슨, 전파과학사, 2000
    고등학교 시절에 생물선생님의 추천서였지만, 그때는 별로 재미없는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박사과정때 다시 꺼내 읽은 이 책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DNA 구조를 밝혀가는 과정의 흥분을 나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일까? 어쨌거나, 읽는 시점에 따라서, 그 독자의 경험에 따라서 책은 변하더라.
     
  4. 배신의 과학자들, W. Broad & N. Wade (박익수 역), 겸지사, 1989.
    미국의 과학기자들이 폭로하는 미국 과학자 사회의 기만과 음모. (주의: 우리나라의 과학기자들이 아직 조용한 걸 보면, 우리나라의 과학자 사회는 미국같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러니, 섣불리 확대해석하지 않기.) 가슴 철렁한 얘기들이지만, 타산지석이라지 않은가? 우리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번역은 그저 그렇다.
     
  5. 광수생각 1, 2, 3, 박광수, 소담출판사 1998, 1999.
    논리랄 게 없는 세상, 좋으니까 좋고 싫으니까 싫다는 소시민적 생각이 가진 따스함. 우리가 잃고 사는 것들. 알라딘의 독자평에는 이 만화가 조선일보의 극우성향을 가리는데 사용되었다는 독설도 실려있다.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생각해서 그 끝장을 봐야만 할까? 양자물리학이 원자폭탄을 만드는데도 사용되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자물리학 자체가 의미없는 것이 아닌 것 처럼, '광수생각'은 어떤 집단이 어떤 의도로 사용하던 간에 우리 사회에 따스함을 만들어 가고 있다.
     
  6. 아구야, 옛날 것 다 들춰 내려니, 지루하다. 이제는 집어치우고 요새 본 책에 대해서만 적기로 하자.
     
  7.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Simon Singh (박병철 역), 영림카디널, 1998.
    어느 일요일 아침, 펼쳐 읽기 시작한 이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마누라의 기대(?)와는 달리 끝까지 읽어 버렸다. (장하다) 우리 실험실 학생들에게 한 권씩 사 주기도 했다. 연구의 기쁨과 희열, 그 치열함, 지도교수와 학생간의 관계, 연구자 간의 경쟁, 이 모든 것이 책속에 잘 녹아있다. 수학사 전체를 훑는 저자의 안목도 대단하지만, 역자의 번역도 이에 못지 않게 뛰어나서 전혀 읽는데 껄끄럽지 않았다. 그 책에 적혀 있는 뉴욕 8번가 지하철 벽의 낙서 한마디 (책의 여백이 부족해서 증명을 옮겨 적지 못한다는 페르마를 패러디 하여). 'Xn+Yn=Zn: n이 3 이상일 때, 이 방정식에는 정수해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경이적인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탈 기차가 오고 있기 때문에 여기 적을 만한 시간이 없다'
     
  8. 노자와 21세기, 김용옥, 통나무, 1999, 2000.
    김용옥에 대한 평가는 극에서 극을 달린다. 학생시절에 '여자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느낀, 학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매력을 나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김용옥선생의 책을 읽으면, 나는 내가 어렴풋이 가졌던 생각들이 명확히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김용옥의 팬이다. 김용옥선생이 TV 강좌와 이 책으로 또 한 건했다. 김용옥이 난 척하는게 거슬리거든, 1권의 앞부분 (서론) 은 쏙 빼고 읽어도 된다. 그게 거슬려서 이 사람이 가진 명료한 지식의 체계를 놓치는 것은 너무나도 아까운 일이다.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SEX, Larry Gonick 그림, Christine Devault글 (변영우 역), 궁리, 2000.
    Sex, 으, 이놈의 sex. 왜 우리는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이 책에 그 답이 있다. 우리가 동물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면, 그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놀라지 마시라. 10대 후반의 남성은 매 5분마다, 40대 남성은 매 30분 마다 sex를 생각한단다. 그렇다면, 세미나 중간에도 한번 쯤은 생각한다는 얘기고, 긴 세미나나 회의중에는 서너번씩 sex를 생각한다는 얘긴데..... 맞나? 그렇다면, 요새 ASEM 정상회담때도 그 인간들은? 그런데 왜 여자들에 대한 통계는 없는거야? 씨이.
     
  10.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앨런피즈 외 (이종인 역), 가야넷, 2000. 9.
    서점에서 이 책을 봤을 때, 나는 이 책이 허접때기 잡문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 책은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던져준다. 21세기인 이 시대에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발설인가? (물론, 다르다는 것이 불평등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혼나지 않으려고.....) 그럼에서 이 저자들은 많은 과학적 증거들을 열거하면서, 그리고 우리가 생활속에서 무수히 부딪치는 경험들에 호소하면서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한다. 그리고, 행복한 혹은 평화로운 삶을 위해 우리는 (남자든 여자든) 그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두뇌 구조에 대한 이해, 남자와 여자가 다른 두뇌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이해할 수 없는 상대편에 대한 용서..... 아, 인간이란 이렇구나....... 어쩌면 우리는 아니, 나는 우리와 같은 종이며 인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대를 전혀 모른 채 살고 있었다. 마누라, 너는 이제 내 손바닥 안에 있다!
     
  11. 리더여, 두려움을 극복하라, 앨런 다운스 (서재경 역), 위즈덤하우스, 2001.4.
    번역본의 제목도 좋지만, 이 책의 원제는 이 책의 모든 것을 얘기해 준다. The Fearless Executive : Finding the Courage to Trust Your Talent and Be the Leader You Are Meant to Be. 성공한 사람은 다음의 3 가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12. 그랬다. 얼마나 많은 순간 나는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혹은 이런 열정의 추구가 실패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였던가? 이 책은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얘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우리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던 이런 류의 공포에 맞서 이겨나가야 한다는 점 그리하여 자신을 신뢰하고 열정적으로 일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서론에서 한 부분을 인용한다. "우리가 이들 (성공한 사람들) 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조직이 자신의 재능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자신의 재능이나 소질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들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 이들은 주변상황을 변화시켜 자신들의 재능이 마음껏 펼쳐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일에 노력을 집중했다. 상황의 변화란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의 개선, 조직내의 이동, 나아가 다른 회사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변화없이 안주하려는 것은 조직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을 팔아먹는 행위와 같다" 섬찟하제? (2001. 4. 27)
     

  12. 승려와 수수께끼, 랜디 코미사 (이은선 역), 바다출판사, 2001.
    요새 어쩐 일인지 바다출판사와 자꾸 인연이 닿는다. 이 책은 제이엔엘테크의 사장인 전영하박사가 추천해서 읽게 되었다. 사실 이전에도 전박사께서 몇권의 책을 권했었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었는데, 이 책에는 우리가 간직해야 할 중요한 점을 지적해 주고 있다. 그의 주장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사업은 실패한다는 것이다. 그 사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어떤 것에 대한 열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돈을 벌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의지에 앞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이다. 그리고, 그 열정을 쏟을 대상을 정확히 정의하고 인지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가? 그런데, 이것이 단지 사업에서 뿐일까? 우리가 과제를 따고 논문을 써서 업적을 올리거나, 혹은 학위를 받기 위해서만 연구를 하는 것이라면, 그 연구는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로 하여금 연구에 빠지게 하는 것은 그 현상에 대한 열정이어야 한다. 그래서 잠 못이루는 밤이 있어야지. 시간에 쫓겨서 잠 못이루는 밤 말고..... (시간이 흐르면서 내게는 후자의 경우가 많아져서, 박사과정때나 선임초년병 시절보다 덜 즐거워 졌다.) (2001. 10. 28)
     
  13. 사족
    요새는 내가 동의할 만한 내용의 책만 골라서 읽고 좋아한다. 그만큼 새로운 의견이나 지식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할거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고루해 지는 것일까? 책읽기가 이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더 정교하게 논리적으로 다듬는 데에만 쓰이고 있다. 쩌업.............. 불순한 책읽기? (2001. 10. 28)
     
  14. 이문열과 김용옥 (하) -문화 특권주의와 지식폭력-,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2001.
        강준만교수가 시리즈로 발간하는 인물과 사상이라는 책이 있다. 나는 비판의 실명화라는 그 뜻이 참신해서 즐겨 읽곤한다. 비판의 실명화? 이런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대놓고 누구 욕하는 것을 듣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것이 또 있었던가? 이를 통해 지식인 사회의 되먹지 않은 권위가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는게 통쾌하기도 했고.....
        해외 출장가는 비행기에서 읽을 책을 고르다가 공항 서점에서 이 책을 찾았다. 강교수의 책을 읽으면 항상 그 엄청난 자료를 읽어대는 독서량, 그리고 자료관리 능력에 경외심을 느끼게 되는데, 이번에도 시종일관 그 능력을 부러워하며 책을 읽었다. 특히, 내가 학생때 부터 항상 관심을 가지고 보아오던 두 지식인에 대한 강준만식의 신랄한 비평이 매우 궁금했었다.
        느낌? 통쾌하기도 하고, 또 다른 문화권력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강교수의 주장대로 강교수 것은열려있는 문화권력이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시길.......
        두 권의 책 중 나는 주로 김용옥에 대한 비평인 하권을 열심히 읽었다. 그러면서, 문과생들의 논쟁의 구조를 엿볼 수 있었고 참 많이 배웠다. 우리사회의 지식폭력 (무의식적으로 내가 내 딸에게도 휘둘렀던 폭력), 그리고 그 희생자의 복수, 지식인의 엄숙주의, 기존 지식인들의 가식적인 논쟁, 강좌계의 시장 메카니즘 등등...... 그런데, 내가 보기에 중요한 부분이 하나 빠졌다. 김용옥은 철학의 대중화를 추구했고, 성공적이었다. 이건 그를 광신적으로 좋아하든, 극단적으로 혐오하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부분일 것이다. 심지어 나 같은 사람도 그 괴상망칙하다는 동양철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정도니까........ 그런데, 문과지식인들은 그 대중화가 매우 격이 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대중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굳게 믿는 것 하나는 핵심을 이해하는 자만이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그 핵심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설명해야만 핵심을 간파했다는 뜻이 아니다. 핵심을 간파한 사람만이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과학을 일반대중에게 설명하려 했던 과학자 모두가 뼈저리게 느꼈던 점이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불확실성의 원리를 발견한 하이젠버그가 이렇게 말했고, 아인쉬타인은 '우주는 본질적으로 간단하다 (Universe is essentially simple!)' 고 일갈했다. 이 사람들이 천재라서 그들에게만 우주가 간단해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 본질을 파고 들어가면 우주는 간단하다는 것이다. 화인만은 물리학의 거의 전분야에서 그 본질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남긴 강의록 속에서 쉽고도 정확하게 그 모든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걸 보면.... 본질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유독 복잡하게 질질 끌며 얘기한다. 누가 읽고 누가 듣느냐까지 생각이 미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의 책이나 강연은 어려운 단어, 어려운 문장으로 도배질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쉽게 동양철학을 얘기할 수 있는 학자만이 그 핵심을 간파했다고 나는 믿는다. (2001.11.20.)
     
  15. Linus Pauling : and the Chemistry of Life, Thomas Hager, Oxford Univ. Press, 2000.
    우리시대의 위대한 화학자의 일대기를 참 흥미진진하게 써 놓았다. 화학에서의 그의 성공, 분자생물학에서 맞은 그의 황금기와 그러나, DNA 구조해석 경쟁에서의 참담한 패배, 그리고 비타민 C..... 오, 고집쟁이 폴링!!!!! 위에서 소개한 이중나선과 함께 읽어도 흥미진진할 것 같다. 이 책을 덮고 나서 한참을 폴링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새삼스레 그의 책, The Nature of the Chemical Bonds and the Structure of Molecules and Crystals: An Introduction to Modern Structural Chemistry가 읽고 싶다. 1954년 노벨화학상 수여연설과 1962년 노벨평화상 수여연설문도 다시 찾아 읽게 된다. (2001.11.20.)
     
  16. Why God Won't Go Away, Andrew Newberg 등, Ballantine Books, 2001. (번역본)
       처음으로 다 읽지 않은 책의 소개를 올린다. 요새 책읽는 속도로 보아, 다 읽기에는 하세월일 것 같아서 일단 여기까지라도 읽은 채로 소개를 올린다.
       부제는 Brain Science & The Biology of Belief. (내 부제는 revisit to the issue of God) 귀국길의 공항서점에 들렀다가 이 부제가 흥미로와서 읽게 되었다. 명상에 의한 몰아의 경지라던가 기독교에서의 종교적 체험 바로 그 순간에 인간의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인간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실험결과에 의하면 (쉽지 않은 실험이었을 것 같은데, 그 결과를 믿는다면), 그 순간에 우리 뇌에서 방향 및 공간지각을 관장하는 부분의 활동이 현저히 둔화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순간에 내 몸이 하늘로 치솟는 것처럼 혹은 심해로 빠져 드는 것 처럼 느낀다는 건데..... 참 재미있는 얘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신심이 넘쳐서 종교적 체험을 수시로 하는 사람에게 어려운 주차를 시켜보면 어떨까? 보통 사람보다 훨씬 버벅댈까?
       이 책은 과학에서 출발하여 인식에 대한 철학적 문제를 다루게 된다. 감각을 재구성하는 뇌의 활동에 의해 우리가 실재를 인식할 뿐, 실재에 대한 직접적인 인식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을 경험하는 것은 단지 뇌의 활동에 불과할 뿐이고, 그 경험 자체로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식한다는 것이 뇌의 활동을 통한 간접적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실재 자체가 부정될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실재하는 것 조차도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반드시 뇌의 재구성을 통해 인식하므로), 우리가 신의 존재를 간접적인 수단에 의해 인식한다고 해서 신이 없다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는 거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내릴 결론이 궁금하다. 지금까지 읽은 바로는 최소한 종교적 신비의 체험이 biologically real이라는 거다. (2002. 8. 7)

  17. 미술은 이렇게 세상을 본다, 박우찬 지음, 재원 (2002).
      참 오랜만에 쓴다. 1년 반도 넘었네. 그동안 참 책도 안 읽었나 보다. 돌아보니 몇 권을 보긴 했는데 여기에 올릴 내용은 아니었다. "메모의 기술", "대화의 기술", "설명의 기술" 등 기술에 관한 것이 많았고....
      이 책은 미술 분야에서 과학의 발전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문체도 간결하고 명료해서 마음에 든다. 사실, 저자의 의도는 미술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서를 쓰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미술사에 대한 교양도 쌓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그 속에 기하학의 발전과 원근법, 사진술의 발전과 사실주의, 빛에 대한 이해와 인상파 혹은 신인상파와의 관계가 잘 드러나고 있다. 이외에도 20세기 과학이 몰고 온 서양화풍의 변화들에 대한 간결하고 친근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미술하는 사람에게서 과학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격이지만, 내가 그 동안 얼마나 몽매했는지를 절감하게 해 주었다. 나는 예술하는 사람들은 좨다 날라리 (?) 라고 생각했거든......죄송. (2004. 1. 5.)

    Last update : 2004.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