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어렵사리 휴양림에 예약이 되면, 우리는 만사를 제쳐놓고 휴양림으로 간다. 숲속에서 살아야 오래 살거라는 집사람의 사주 점괘가 나온 뒤로는 마치 성지순례라도 하듯이 꼭두새벽 저녁늦게를 가리지 않고 그 숲속으로 떠난다. 이번 길엔 바비큐 틀을 사가는 바람에, 내 입도 호강을 좀 했다. 불꽃속에서 타 들어가던 삼겹살들..... 오호, 아름다워라.
요새는 잣나무에서 잣들이 떨어지는 계절이 되었다. 청설모든 다람쥐든 잣이 떨어지면, 고놈들이 쏜살같이 달려가 잣들을 채가곤 하나보다. 그걸 뺐겠다고 잣나무 밑에 죽치고 앉았는 아줌마가 있는 걸 보면......
누가 먼저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람쥐나 쥐나 쥐이긴 마찬가진데, 우리는 다람쥐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쥐를 싫어한다는 얘기가 시작되었다. 도대체 이건 무엇 때문일까?
우선은 꼬리의 굵기와 길이가 거론되었다. 털도 복실해야 사람에게 사랑받는다. 그럴 것도 같다. 어쨋든 잘 생기고 볼 일이다. 잘 보면 쥐의 눈도 작긴 하지만 참 맑고 예쁘다. 하지만, 우리는 그 민밋하고 길쭉한 꼬리 때문에 쥐를 싫어하나 보다.
색깔과 무늬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청설모의 색깔도 그리 예쁜 편은 아닌지라 곧 잠잠해 졌다. 미국 다람쥐들도 색깔이 얼마나 우중충한데....
다른 이유가 있을 것도 같았다. 혹시, 쥐는 우리가 먹는 것을 뺏어가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일까? 다람쥐는 숲속에서 지들끼리 지지고 볶아 먹는데, 쥐는 꼭 우리가 먹으려고 쟁겨둔 것들을 가져간다는 거다. 그럴 것도 같다. 그렇다면, 참 치사하고 유치한 게 인간이다. 단지 내가 먹을 것을 먹어서 쥐를 싫어하다니? 좀 나눠먹으면 또 어때서.....
이렇게 생각해 보면, 동물의 입장에서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한 조건은 아래와 같다.
아이구야, 이제 집에 가자.
(2000. 11. 8)